[시선+] '블라인드 채용'인데 스펙 적어내는 취업박람회

입력 2017-09-10 08:30  


올 하반기 채용 시장 화두는 '블라인드 채용'이다. 문재인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면서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학벌주의를 극복하고 편견 없이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게 도입 취지다. 이미 일부 기업들이 몇 년 전부터 출신학교, 어학 성적, 취득 자격증 등을 묻지 않는 '탈스펙 전형'을 실시해 왔으며 블라인드 채용 트렌드가 가세한 모양새다.

그러나 최근 직접 가 본 대학가 취업박람회 현장은 그게 아니었다. 박람회 참가 기업 대부분이 상담 카드에 이름과 생년월일, 출신학교, 전공, 어학 성적, 특기 사항 등 각종 스펙 항목을 적어내게 했다. 구체적인 공인 어학시험 점수 기재란도 눈에 띄었다.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는 모기업 상담 카드는 나이, 출신 대학과 전공은 물론 학·석·박사 등 자세한 학력 정보를 요구했다. 스펙보다 지원자 역량을 중시한다는 이 기업이 정작 요구하는 정보는 스펙 투성이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훌륭한 지원자를 뽑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좋은 스펙이 곧 업무역량인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지원자의 자질을 살펴볼 수 있는 비교적 공정한 지표일 것이다. ?은 시간에 수많은 지원자를 상담해야 하는 취업박람회 특성상 이런 방식의 스펙을 적어내는 상담 카드를 사용하는 게 효율적이기도 할 터이다. 하지만 지원자의 나이와 학력을 보지 않는다는 기업이 이처럼 빼곡히 스펙을 적어내도록 하는 것은 역시 아이러니다.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은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 한다는 기업을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 최종 면접까지 가면 학교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어학 성적 등 각종 자료를 제출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블라인드 채용이냐", "결국에는 스펙이 중요한 게 아니냐" 등의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취준생만 괴롭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블라인드 채용 한다는 명목으로 한층 까다로워진 자기소개서 항목이 더욱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칫 서류전형은 서류전형대로 '스펙 외의 것'을 요구하고, 최종 단계에 올라가서는 스펙을 요구하는 이중잣대 우려가 제기된다.

나이, 학력, 어학, 경력, 외모, 창의력… 어느 하나도 손 놓을 수 없는 취준생들은 여전히 스펙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블라인드 채용이 자칫 '또 다른 종류의 스펙'을 요구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무조건적 블라인드 채용보다는 기존 채용 절차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채용 기법을 연구할 필요도 있다. 스펙을 일체 배제하고 뽑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적합한 방법을 찾을 수도 있어야 한다. 핵심은 "보지 않겠다"(블라인드)가 아니라 "공정하게 보겠다"(페어)여야 하지 않을까.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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